건강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선 피를 뽑아 분석하거나 복잡한 의료 장치를 이용해야 한다. 앞으로는 웨어러블(wearable·착용형) 기기를 이용해 간단히 질병을 진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몸에 스티커처럼 부착된 센서가 체온, 맥박 등 인체 정보를 포착하고, 이런 기술이 접목된 기기가 각종 질병을 진단하는 방식이다.
특히 과학자들은 '땀'에 주목하고 있다. 땀은 수분이 99%이지만 나트륨, 칼륨, 요소, 젖산 같은 성분들도 극미량 포함돼 있다. 센서로 땀 성분이 얼마나 있는지, 균형을 이루고 있는지 알아내면 건강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땀 한 방울로 건강 상태 체크
미국 캘리포니아 공대 연구진은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 생명공학'에 "땀을 분석해 혈액의 대사물질과 영양분을 확인할 수 있는 웨어러블 센서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센서는 '미세 유체 통로'를 이용했다. 폭이 0.25㎜인 미세 통로는 땀 증발과 피부 오염을 최소화해 센서의 정확도를 높였다. 연구진은 "이전에는 농도가 짙은 전해질, 포도당, 젖산 등을 감지했다면 새로 개발된 땀 센서는 좀 더 민감해 땀에 들어 있는 훨씬 옅은 농도의 화합물을 감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센서는 호흡 속도와 심박 수, 요산·티로신 농도 등을 측정한다. 요산은 통풍과 관련 있는 물질이고 티로신은 대사 질환, 간 질환, 섭식 장애, 신경·정신 질환 등의 지표가 된다. 이 물질들을 실시간으로 추적하면 심혈관 질환과 당뇨병, 신장병 환자의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땀으로 스트레스 정도도 확인할 수 있다. 미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개발한 웨어러블 센서는 사람이 흘리는 땀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측정한다. 코르티솔은 스트레스에 바로 반응해 오르내리기 때문에 즉각적이면서도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 온종일 센서를 붙이고 관찰하면, 막상 병원에 갔을 때 스트레스가 없으면 진단이 어려웠던 기존의 한계점을 극복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땀 센서 개발이 한창이다. 윤명한 광주과학기술원(GIST) 신소재공학부 교수와 주상현 경기대 전자물리학과 교수 공동연구진은 단일 가닥 고분자 섬유로 이온 농도를 실시간 측정하는 웨어러블 땀 센서를 개발했다. 센서를 일반적인 박막 형태가 아닌 섬유 형태로 구현한 것이다. 연구진은 "땀 이온 농도 센서를 통해 탈수 여부를 알아낼 수 있다"고 밝혔다.
◇ 콘택트렌즈, 양말 진단장치도 등장
진단용 웨어러블 기기는 다양한 형태로 개발되고 있다. 땀 센서의 사촌격인 눈물 센서도 나왔다. 눈물 한 방울로 질병을 알아낼 수 있는 콘택트렌즈가 대표적이다. 구글은 개발 중단을 선언했지만, 국내에서 한세광 포스텍 교수가 혈당(血糖) 측정과 함께 혈당을 낮추는 인슐린 투여 기능까지 갖춘 진단·치료 겸용 콘택트렌즈를 개발했다. 연구진은 혈액과 마찬가지로 눈물에도 포도당이 녹아 있다는 점을 이용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연구진도 콘택트렌즈에 장착된 센서가 눈물 속 포도당을 감지해 발광다이오드(LED)를 작동시키는 방식의 '스마트 콘택트렌즈'를 개발했다. 상용화되면 하루에도 몇 번씩 손가락 끝에 바늘을 찔러 혈당을 측정해야 하는 당뇨 환자들의 불편함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조만간 한국에서 혈당 측정용 콘택트렌즈의 임상시험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과 연동된 웨어러블 센서도 개발되고 있다. 미국 사이렌의 '스마트 양말'은 내장된 6개의 온도 센서가 발의 온도를 측정한다. 당뇨병 환자는 발 관리를 제대로 못하면 발에 궤양이나 괴사 증상이 생기고 심하면 절단해야 한다. 스마트 양말은 직물에 장착된 센서가 온도 변화를 포착하고, 이상이 있으면 스마트폰에 '발 궤양이 발생할 우려가 있으니 의사를 만나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낸다. 오울렛이 개발한 아기용 '스마트 양말' 또한 산소 수치와 심장 박동수를 추적해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으로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